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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입니다.

 

우리에겐 블랙위도우로 더 친숙한 스칼렛 요한슨의 최근 출연작인데요, 액션을 통한 강렬한 모습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아이의 엄마로 출연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파경을 맞는 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심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액션 연기를 기대하셨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의 배경은 현재의 뉴욕과 LA이며 등장인물은 주인공 부부와 그 아들, 이혼 소송 변호사들과 부부의 몇몇 지인들 등입니다. 제목 그대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 저런 부분이 있구나'하고 미리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간접 경험을 하실 수도 있겠네요.

 

 

흔히 미녀 배우라고 하면 연기력이 못 따라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아역으로 데뷔하여 20년 넘게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중견(?) 배우입니다.

 

미모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연기가 묻히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여 할리우드에서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흥행력에 있어서도 인간계를 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결혼 이야기는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부부가 서로를 칭찬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아내 칭찬 편지'와 '남편 칭찬 편지'. 따뜻함과 감동을 주는 영화인가 보다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이혼 조정 절차에 의한 것이었고 부부의 파경이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부모가 싸우면 그 피해는 아이가 그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부부가 헤어지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장면들이 종종 나옵니다.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젊을 때 할리우드에서 반짝 빛났던 스타였고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뉴욕에서 10년 간 살게 됩니다. 그동안 아이도 낳고 남편의 극단에서 연기하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남편의 인생에 너무 맞춰왔다고 생각한 니콜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마침 LA의 한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주연 제의를 받고 고향인 LA로 아이와 함께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니콜은 아이의 양육권과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새 삶을 꿈꾸고 노라 팬쇼라는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게 되고, 자신의 인생은 이기적인 남편에게 늘 무시당해왔기에 과감하게 이혼을 진행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원만하게 이혼하기를 희망합니다.

 

찰리, 그러니까 니콜의 남편은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고 황당하기만 하죠. 본인은 가정을 위해 살아왔고 꿈을 위해 극단도 열심히 꾸려왔습니다. 찰리라는 캐릭터가 보기에는 정말 억울합니다. 아, 물론 직장 동료와 잠자리를 딱 한 번 했지만 그건 아내가 1년 넘게 잠자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합니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찰리의 억울함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이혼을 해보지 않았고 미국의 법이 어떤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남편의 귀책사유로 결론이 나면 막대한 양육비와 위자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자신은 책임감 있는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잘 살고 있었는데, 아내의 변덕으로 갑자기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 생각은, 영화 중반부가 넘어가니, 찰리의 주장은 모두 개소리로 느껴졌습니다. 부부로 살면서 상대의 행복을 존중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적어도 찰리의 대사와 행동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권선징악을 보여준다던가 통쾌한 복수가 있다던가 하지는 않습니다. 결혼은 신성하지만,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결합이므로 불협화음을 늘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니콜이 남편 때문에 불행하다고는 느끼지만 일을 바로잡으려고 이혼을 할 뿐이지 남편에게 해코지하려는 생각이나 행동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고 자신의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찰리는 이혼 소송에서 지게 되고 뉴욕에 그대로 머물며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과거 니콜이 자신에게 읽어 주지 않은 '남편 칭찬 편지'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고 약 1년의 기간이 뉘우침의 시간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이 영화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부부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결혼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거나 인물들 간의 격렬한 갈등이 있지는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스칼렛 요한슨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몰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블랙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나름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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